16년 만에 16강 진출
압박축구 달인 히딩크
호주 축구 역사 영웅

호주는 1일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누브 스타디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D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덴마크를 1-0으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호주는 2승 1패 승점 6점을 기록하며, 이번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한 첫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 국가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호주는 2006 독일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한 바 있다. 이후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 이어 2014 브라질 월드컵,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쓴맛을 봐야 했으나, 카타르 월드컵에서 16년 만에 16강 무대를 밝게 됐다.
그런데 16년 전 호주에 16강이라는 기적을 선물했던 감독이 2002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에 ‘4강 신화’를 안겨줬던 ‘거스 히딩크’ 감독이다. 이에 한국은 물론 호주에서도 히딩크 감독은 영웅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그렇다면 과연 히딩크는 어떤 전술로 ‘기적의 감독’이 될 수 있었는지 알아보자.
32년 만에 월드컵 본선
일본 상대로 역전승

히딩크 감독은 압박 축구를 통해 강호를 무력화한 전술을 펼치는 것으로 잘 알려진다. 호주는2006 독일 월드컵 F조에서 스타 축구 선수들이 즐비한 브라질을 비롯한 아시아 최강자 일본, 크로아티아와 같은 조에 속했는데, 1승 1무 1패로 브라질과 함께 16강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호주가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조별리그 1차전에서 만난 일본을 상대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덕분이다. 당시 히딩크 감독은 강함 압박을 펼치며 일본 특유의 조직력 축구를 무력화하려 노력했다. 치열한 공방이 오가던 중 호주는 전반 26분에 선제골을 내주게 된 것.


이를 본 히딩크 감독은 테크니컬지역을 뛰쳐나와 대기심과 경기감독관의 제지에도 비디오 판독을 해달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공중볼을 잡기 위해 뛰어나온 호주의 골키퍼 마크 슈워처가 일본의 다카하라 나오히로와 심하게 부딪혀 히딩크 감독은 ‘골키퍼 차징’이라고 이의를 제기한 것인데, 주심은 그대로 일본의 골로 인정해 분위기는 순식간에 흔들렸다.
하지만 히딩크의 기적은 후반에 터졌다. 1-0으로 끌려가던 호주였으나, 히딩크는 연속해서 공격수 교체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런 전략은 8분 만에 3골을 연속으로 넣게 됐고 결국 호주는 1-3으로 1승을 가져갔다. 이는 호주가 1974 서독 월드컵 이후 32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아 첫 승을 기록한 감격스러운 순간이다.
호주의 영웅 히딩크
출정식에 초청받기도


이처럼 호주 축구에 기적을 선물한 히딩크 감독은 호주 축구팬들에 영웅이다. 호주축구협회는 히딩크 감독을 자국에 초청하기도 했는데, 호주축구협회 “히딩크 감독이 호주 축구대표팀의 카타르 월드컵 출정식 및 A매치 100주년 기념 행사를 위해 호주를 찾는다”고 발표했다.
지난 9월 FIFA A매치 기간을 활용해 호주는 뉴질랜드와 두 번의 평가전을 갖은 바 있다. 호주는 1922년 6월 뉴질랜드와 사상 첫 A매치를 치렀는데, 올해 100주년을 맞이해 역사상 의미가 깊은 자리에 히딩크 감독을 초청한 것이다.
AFC 자존심 지킨 호주
침착하게 16강 준비

한편 호주 이번 월드컵에서도 2006년 히딩크가 이룬 기적을 떠오르는 듯한 경기를 연일 보여줬다. 비록 1차전에서 만난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에 4-1 석패를 당했지만, 이어진 2차전과 3차전에서 덴마크와 튀니지를 모두 1-0으로 꺾어 16강에 올라섰다.
이를 본 각국 외신들은 호주의 경기력을 극찬했는데, 영국 매체 ‘BBC2’는 “덴마크가 공 점유율에 있어서 앞선 것은 물론 훌륭한 선수들이 많이 포진되어 있었다. 하지만 호주는 이번 월드컵 조별리그를 위해 모든 것을 보여준 것 같다”며 “에너지, 투지, 조직력 부분에서 훌륭했다”고 말했다. 이어 “노력과 결정력에 있어서 호주가 승리할 만했다”고 아낌없는 칭찬을 전했다.

다만 호주의 16강 무대는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6강 상대로 리오넬 메시가 있는 아르헨티나와 맞붙기 때문인데, 호주는 아르헨티나와 A매치에서 만나 1승 1부 5패를 당한 바 있다. 이에 이번 카타르에서 호주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그레이엄 아놀드 감독은 16강 진출에도 기뻐하기 보단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선수들이 너무나 자랑스럽다. 4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노력과 믿음, 에너지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하면서도 “16강 확정에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 튀니지전에서 승리한 후에도 축하하기 보다는 훈련을 통해 승리를 거뒀다”라며 아르헨티나와의 경기를 침착하게 준비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