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구한 전통의 윔블던 대회
엄격한 드레스 코드 있다
속옷 색까지 검사했다고

최근까지 세계적인 테니스 대회인 윔블던에 출전하는 여성 선수들은 경기를 시작하기 전 대회 관계자들에게 속바지 검사를 받아야 했다. 지난 2015년에는 캐나다의 유지니 부샤드 선수의 스포츠브라 끈이 검은색이라 문제가 됐는데, 전 세계 테니스 대회 중 윔블던만 갖고 있다는 복장 규정. 과연 무엇일까?
테니스 4대 메이저 대회 중에서도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윔블던. 1877년에 시작된 윔블던은 흰색 경기복만 입어야 하는 ‘드레스 코드’가 가장 엄격하게 적용되는 대회다. 귀족들의 사교 모임에서 시작된 테니스는 옷에 땀이 젖어있는 모습을 점잖지 못하다고 생각했는데, 특히 색이 있는 옷은 그 모습이 더욱 도드라지기 때문에 테니스 경기에는 흰옷을 입고 등장하는 것이 관습이 됐다.
엄격한 규정 유지 중인
윔블던 대회

현재 흰색 드레스 코드 규정을 유지하는 곳은 윔블던뿐이다. 지난 2014년에는 이 규정을 더 강화해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 올잉글랜드클럽은 옅은 황백색과 크림색을 ‘흰색’으로 취급하지 않으며, 가장자리 장식을 위한 줄 역시 폭이 1cm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규정을 새로 만들었다. 심지어 경기 중 입어야 하는 속옷까지 흰색으로 입어야 한다고 전했다.
과거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인 로저 페더러는 밑창이 주황색인 신발을 신었다가 ‘밑창 색깔에 주황색이 보이지 않도록 해달라’라는 지적을 받았으며, 여성 테니스 선수인 유지니 부샤드는 검은색 스포츠브라 끈이 어깨 쪽으로 노출돼 문제가 됐다. 지난 2021년 윔블던 예선에 출전한 인디 데브룸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심판이 내 모자 안쪽이 충분히 하얗지 않다고 지적했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일부 관객들도
‘드레스 코드’ 있어


윔블던은 선수뿐 아니라 ‘윔블던 로열박스’에 앉은 사람들을 대상으로도 드레스 코드를 적용한다. 1922년 만들어진 윔블던 로열박스는 74개 좌석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영국이나 외국 왕실 관계자, 외국 정부 대표, 테니스 과련 인물, 영국군 관계자 등 유명 인사들만 들어올 수 있는 곳이다.
윔블던 로열박스는 런던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 의장의 초대를 받아야 앉을 수 있으며, 의장은 대회 조직위원회와 영국테니스 협회의 추천을 받아서 초대장을 보낸다. 윔블던 로열박스에 입장하는 관객들의 드레스 코드는 선수들과는 조금 다르다. 남성은 넥타이를 반드시 멘 정장 차림이어야 하며, 여성 역시 정장 차림으로 입장해야 한다.
하지만 내년부터 엄격했던 윔블던의 드레스 코드 규정이 다소 완화된다. 지난 18일 영국 BBC는 “윔블던을 개최하는 올잉글랜드클럽이 2023년부터는 여자 선수들이 어두운 색깔의 속바지를 입을 수 있도록 했다”라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이 조치는 여자 선수들이 생리 기간에 가질 수 있는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고.


최근 스포츠업계에서는 여자 선수들의 유니폼 하의에서 흰색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실제로 맨체스터시티, 웨스트 브롬, 스토크시티 등의 여자 축구팀들은 유니폼 하의 색에서 흰색을 배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윔블던의 드레스 코드 내용을 접한 누리꾼들은 “왜 테니스 대회에서 다들 흰색만 입나 했더니 이런 규정이 있었구나” “2022년에도 이런 규정들이 남아있네… 선수들이 힘들겠다” “시대가 바뀌었는데 이런 규정 왜 있는거지”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성 비치 핸드볼
비키니 논란

한편, 비치 핸드볼 경기에서는 드레스 코드로 인한 성 상품화 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과거 비치핸드볼 선수들은 경기에 나서기 위해 비키니 한 벌을 착용하는 것이 규정으로 담겨져 있었다. 규정에 따르면 상의는 양팔 전체가 드러나는 딱 붙는 스포츠 브라를 입어야하며, 하의는 길이 10cm를 넘어가서는 안된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규정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떤 노르웨이 여자 비치 핸드볼팀은 지난해 7월 핸드볼 유럽 선수권 대회에서 비키니가 아닌 반바지를 입고 등장했다. 이에 유럽핸드볼연맹에서는 “부적절한 의복과 의류 규정 위반”이라며 벌금과 징계를 부과했는데, 해당 소식이 전해지면서 여자 비치 핸드볼 드레스 코드 규정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아이슬란드 등의 체육담당 장관은 국제핸드볼연맹에 유니폼 규정을 개정해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는데, 덴마크 장관은 해당 규정에 대해 “구시대적이며 다른 세기에 사는 사람들 머리에서 나온 규정 같다”라며 “왜 여자 운동 선수들의 비키니 유니폼을 입어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라고 전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결국 여자 비치 핸드볼 선수들의 비키니 복장 규정이 폐기됐다. 대신 “여자 선수는 몸에 꼭 끼는 짧은 바지를 입어야 한다”라는 내용으로 규정이 변경됐으며, 상의 역시 스포츠 브라 형태가 아닌 일반 민소매를 입어도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