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원정 첫 승
아드보카트 감독
세 번의 은퇴 번복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뤄낸 후 국민들이 대표팀을 바라보는 기대치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부담감은 고스란히 2006 독일 월드컵 대표팀과 대표팀을 이끌어야 하는 감독이 떠안은 몫이었다. 2006년 대표팀을 이끌던 본프레레 감독은 월드컵 최종 예선은 무사히 통과하긴 했지만 동아시안컵, 사우디전 부진으로 결국 자진사퇴하며 월드컵에서 대표팀을 이끌 새로운 감독이 필요했다.
결국 네덜란드 출신 아드보카트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정되면서 2005년 9월부터 축구 대표팀을 맡게 됐다. 당시 아드보카트 감독은 UAE 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어 후보군에 거론되지 않았지만, 선임 작업 말미쯤에 유럭 후보로 급부상하게 되면서 결국 UAE와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해 해당 국가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했다.
네덜란드 커넥션
풍부한 지도 경력

당시 아드보카트 감독은 히딩크 감독 이후 또다시 네덜란드 출신 감독이 선임되면서 많은 기대를 모았다. 한국 대표팀을 맡기 전까지 네덜란드 대표팀 사령탑으로 두 번 재임했고 네덜란드 명문 아인트호벤과 유럽 명문 구단의 감독직을 수행하며 풍부한 지도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취임 직후의 분위기는 매우 좋았다. 월드컵이 1년도 남지 않은 가운데 2005년 10월 서울에서 이란과의 친선경기를 통해 데뷔전을 가졌고 2-0 완승을 거뒀다. 이후 스웨덴을 상대로도 2-2 무승부를 거두며 두 경기 모두 경기 내용이 나쁘지 않아 당시 축구 팬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아드보카트호 위기
월드컵 원정 첫 승


월드컵이 열리는 2006년 새해 첫 경기는 공교롭게도 바로 직전 지휘봉을 잡았던 UAE와의 친선경기였는데 상대 선수들이 배신감을 느껴 이를 악물고 뛰었는지 이 경기에서 0-1로 패했다. 출발이 좋지 못했지만 이후 월드컵 본선 전까지 칼스버그 컵과 친선 경기에서 7승 3무 3패라는 준수한 성적을 거두며 월드컵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토고, 프랑스, 스위스와 한 조에 속하며 결코 쉽지 않은 조에 편성된 우리 대표팀은 1차전 토고전 2-1 승리로 사상 첫 원정 월드컵 승리를 거뒀다. 이후 강호 프랑스와 1-1 무승부를 거두며 선전하며 16강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끝내 스위스와 최종전에서 석연치 않은 오심 판정과 더불어 0-2로 패배로 아쉽게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그러나 아드보카트 감독은 한국의 월드컵 원정 첫 승이라는 소기의 성과와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월드컵 후 떠나
반복되는 중도 합의

비록 대표팀이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준비 기간이 짧았던 것에 비해 전력을 제법 끌어올려 좋은 성적을 낸 덕에 전임 감독들에 비해 비판이 많지는 않았다. 그렇게 월드컵이 끝난 후 러시아 제니트 감독으로 부임했는데 당시 월드컵이 개막하기도 전에 제니트에 부임하기로 사전 협상을 끝마쳤던 상황이라 이 부분에서 비판을 받게 되었다.
제니트 사령탑 부임 당시 과거 히딩크가 이영표와 박지성을 아인트호벤으로 데려갔듯이 대표팀의 핵심 멤버였던 이호와 김동진을 함께 데려가면서 새로운 유럽파를 발굴했다. 이후 제니트에서 리그 우승과 UEFA 우승컵을 따내며 세계는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그를 향한 평가가 높아졌다. 그러나 이전부터 반복됐던 그의 뒤통수는 계속됐다. 호주 대표팀 감독 취임을 앞두고 제니트와 계약을 연장, 제니트와 계약 기간이 남아있음에도 벨기에 대표팀에 취임하기로 한 것이 드러나면서 또다시 비난에 시달렸다.
저니맨 생활
2019년 은퇴 선언

아드보카트 감독은 제니트 이후 국가대표팀과 다양한 클럽팀을 거치며 커리어를 이어갔다. 국가대표팀은 네덜란드, UAE, 대한민국, 벨기에, 러시아, 세르비아, 이라크 등 여러 국가대표팀 감독직을 수행하면서 명성을 높였으며 클럽팀도 최대 1년 이상은 머물지 않았고 오랫동안 한 팀을 맡은 적이 매우 드물다. 굳이 표현하자면 ‘감독계의 저니맨’으로 불린다.
그 사이 어느덧 나이도 70대에 접어든 아드보카트 감독은 네덜란드 리그 최고령 감독으로 기록됐고 마침내 지난해 은퇴를 결심했다. 페예노르트를 이끌던 아드보카트는 약 40년에 달하는 지도자 생활을 마무리하게 되면서 경기가 끝나는 순간 감정이 복받쳐 눈시울을 붉힌 채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그렇게 그의 감독 커리어는 마무리되는 듯했다.
세 번의 은퇴 번복
이라크 사령탑 부임


2021년 5월 자로 고별 경기를 펼치며 다시금 은퇴를 선언한 아드보카트 감독은 워낙 고령이고 세 번째 은퇴 선언이니만큼 커리어의 마지막임을 대부분 예상했다. 그러나 그의 은퇴 번복은 다시 반복됐다. 은퇴를 선언한 지 2개월이 지난 7월, 이라크 축구 대표팀 감독으로 취임했다. 당시 이라크는 대한민국과 한 조에 묶이면서 월드컵 본선 진출을 두고 격돌했다.
2006년 한국을 떠난 후 처음으로 한국과 맞닥뜨린 아드보카트 감독은 1차전에서 한국을 상대로 0-0 무승부를 따냈다. 그러나 최종예선 6차전에서 0-3 완패를 당하는 등 이라크 대표팀 부임 후 6경기 4무 2패의 처참한 기록을 남기고 경질됐다. 그렇게 1년의 공백기를 거친 후 지난 달 네덜란드 클럽 덴하흐의 새 감독으로 임명되며 현재까지 감독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