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질 아닌가?” ‘차범근 축구교실’이 34년 만에 사라질 위기 처한 이유, 알고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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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기에 만든 축구교실
3억 50원에 무너졌다
차범근 축구교실 전망

34년 역사를 자랑하는 유소년 축구선수 양성 기관인 ‘차범근 축구교실’이 존폐위기에 처했다. 지난 16일 차범근 축구교실은 공식 SNS를 통해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의 축구장 사용 허가 기간이 연장되지 못함에 따라 부득이하게 이촌축구장 수업을 종료하게 됐다”고 전했다.

올해 초 열린 ‘제34회 차범근축구상’에서 차범근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이제 내 역할은 끝났다”고 눈물을 보이며 말한 것이 재조명되고 있다. 지금까지 1400여 명 이상의 회원을 이끌어 왔던 차범근 축구교실에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인지 알아보자.

전성기에 한국 돌아와
유망주 육성에 힘써

1988년 국내 최초로 문을 연 ‘차범근 축구교실’은 차범근 전 감독이 직접 챙길 만큼, 유소년 축구선수 육성에 대한 의지가 컸다. 실제 서울 은평구를 비롯해 지방 여러 곳에서 운영됐는데, 그러다 1997년에 서울 용산구 이촌한강공원 내 이촌축구장에 터를 잡고 현재까지 이어져 왔다.

당시 축구선수가 자신의 이름을 딴 교육 기관을 운영한 사례가 없었기에, 축구를 꿈꾸는 어린 선수와 학부모 사이에서는 깊은 상징성을 가져다주곤 했다. 무엇보다 차범근 전 감독은 한국인 최초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동한 것은 물론 전성기에 현역을 은퇴하고 돌아와 만든 곳이기 때문에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3년 마다 공개 입찰
높은 입찰에 한순간

이촌한강공원에 뿌리를 내린 차범근 축구교실은 3년마다 공개입찰을 통해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로부터 시설 사용 허가를 받아왔다. 차범근 축구교실 측은 최근까지 약 9700만 원의 감정가의 3배가 넘는 2억 5300만 원으로 입찰해 왔는데, 이번 입찰 과정에 한 법인이 3억 50억 원을 써내 축구시설 사용권을 따내는 데 실패한 것이다.

이날 이촌축구장을 새로 낙찰받은 새 업체는 이촌동 온라인 커뮤니티에 ‘차범근 축구교실 관련’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업체는 “이번에 이촌축구교실을 운영하게 된 사업장이다”며 “10월 13일부터 새로 운영한다. 기존과 변화 없이 동일하게 운영할 예정이고 기존에 있던 회원들은 개인정보를 보내주시면 수업 등록을 해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글을 본 학부모들 사이에서 “차범근 축구교실은 단순한 축구교실이 아닌 상징성이 있는 곳이다”며 “명성만 날름하는 것 아니냐”라는 반발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 소식은 여러 맘카페에까지 퍼지며 파장이 커지자 새 업체는 올린 글을 삭제했다.

땀과 노력은 정직
몸을 내던진 차범근

차범근 전 감독은 축구교실뿐 아니라 ‘차범근축구상’을 통해 한국 축구에 변화를 주고자 노력했다. 박지성(제5회), 기성용(제13회), 이승우(제23회) 등이 차범근축구상 출신이다. 지난 3월에 사회적기업 ‘슛포러브’ 유튜브에는 제34회 차범근축구상 현장을 공개했는데, 시상대에 오른 차범근 전 감독은 “여러분의 변화가 곧 한국 축구의 변화다. 여러분의 땀은 스스로와 한국 축구의 미래를 밝혀준다”고 격려의 말을 전했다.

이어 “우리 시대에 본 브라질 아이들은 발기술이 뛰어났다. 그런 브라질의 감각을 우리는 생각도 못 했으나, 우리 아이에게서 봤고 그런 감각을 갖고 있다”며 “이제 내 역할은 끝났구나. 여기까지가 내 역할이구나 속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한편 갑자기 훈련 공간을 잃은 차범근 축구교실 측은 이촌축구장을 낙찰받은 새 업체에 대해 “새로운 업체와 아무 관련이 없으며, 우리 코치진, 수업일정 및 수업방식 등 인수인계한 바 없다.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새 업체에 제공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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