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8강 진출 실패
벤투 감독과 계약 만료
4년간 세운 기록

월드컵 역사상 2번째 원정 16강 진출을 달성한 한국 축구 대표팀이 세계 최강 브라질의 한 수 위 개인 기량에 속절없이 무너지며 아쉽게 사상 첫 월드컵 8강 진출의 꿈을 접었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974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16강전에서 전반에만 4골을 주고 끌려다가 후반 백승호의 만회 골이 터졌으나 결국 1-4로 무릎을 꿇었다.
한국은 경기 시작 7분 만에 측면 수비가 뚫리면서 비니시우스에게 선제골을 내줬고 13분에는 네이마르에게 페널티킥으로 추가 골을 헌납했다. 이후 전반 29분 히샬리송에 이어 전반 36분 파케타에게 내리 2골을 빼앗기며 전반부터 승부의 추가 기울었다. 후반 20분 황인범과 교체 투입돼 월드컵 데뷔전을 치른 백승호가 환상적인 중거리 슛을 터트린 뒤 상대를 몰아붙였지만 이미 크게 기운 승부를 되돌리지는 못했다.
월드컵 16강 지휘
벤투 감독과 이별


한국 축구를 사상 두 번째 ‘원정 월드컵 16강’으로 이끈 파울루 벤투 감독은 이번 월드컵을 끝으로 대표팀을 떠난다. 브라질전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벤투 감독은 “한국 대표팀 감독직 재계약을 안 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선수들과 대한축구협회장에게 내 결정을 말했다”라면서 “결정은 이미 지난 9월에 이뤄졌다”라고 설명했다.
벤투 감독의 계약 기간은 카타르 월드컵까지였으나 대표팀의 선전에 벤투 감독의 재계약을 바라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미래를 생각할 때”라면서 “앞으로 쉬면서 재충전하고 그 뒤에 향후 거취에 대해 선택할 예정”이라고 설명하면서 벤투 감독과 한국 축구의 ‘4년 동행’은 이번 월드컵에서 마무리됐다.
재계약 논의
이견 좁히지 못해

사실 벤투 감독은 재계약에 관한 생각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12년 만에 월드컵 16강에 올려놓고도 재계약하지 않기로 한 배경에는 ‘계약기간’을 놓고 축구협회와 이견이 있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애초 정몽규 협회장이 최종예선이 끝난 뒤 재계약을 제의했는데, 계약기간에서 양측의 견해차가 커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벤투 감독은 4년 뒤 2026 월드컵까지 계약기간을 보장해주길 바랐다. 그러나 협회는 카타르 월드컵 결과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2023 아시안컵까지만 재계약한 뒤 성적에 따라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결국 양측은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고, 벤투 감독도 이때 마음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결과로 보여준 벤투
축구 팬들 찬사 이어져


벤투 감독이 4년이라는 시간동안 대표팀을 이끄는 동안 우여곡절도 많았다. ‘빌드업 축구’라는 색을 입히기 위해 그동안 대표팀이 해보지 못했던 축구를 구사하고자 했고 그 과정에서 선수 기용과 전술 고집 등 많은 축구 팬으로부터 질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벤투는 여론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뚝심을 밀고 나갔고 결국 월드컵에서 그 결과물을 보란 듯이 선보였다.
월드컵 직전까지 벤투 감독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던 국내 축구 팬들은 월드컵에서 보여준 대표팀의 경기력과 결과를 보고 벤투 감독에 대한 찬사를 이어갔다. 2002년 4강 신화를 이뤄냈던 히딩크 감독에 버금가는 감독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대표팀 선수들 또한 벤투 감독에 대한 많은 존경심을 가지고 있고 선수들이 하나로 뭉칠 수 있는 원동력도 벤투 감독의 존재 때문이라고 전해졌다.
4년 재임 기간
벤투가 세운 기록

성공적인 결과를 거두고 떠나게 된 벤투 감독은 한국 축구에 새로 남긴 기록들도 많다. 우선 4년 4개월이라는 기간은 역대 대표팀 감독 중 가장 긴 재임 기간이었다. 월드컵에서 완성된 조직력을 보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또한 한국 대표팀 단일 재임 기간 최다승 신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벤투 감독 부임 이래 치른 57경기 중 35승 13무 9패 승률 61.4%를 기록하며 최다승 기록을 세웠다.
홈 경기 무패 기록도 갈아치웠다. 지난 3월 이란과의 최종예선에서 승리하면서 11년간 이어져 온 이란전 무승 징크스를 깼고 홈 경기 통산 전적도 무려 16승 4무로 홈 20경기 연속 무패를 기록하면서 1990년 이후 32년 만의 최다 기록을 작성했다. 여기에 두 번째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은 물론 대한민국의 포르투갈전 A매치 2전 2승이라는 기록까지 작성하면서 재임 동안 한국 축구의 역사를 새로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벤투의 마지막 소감
차기 감독 후보는?

대표팀과의 아름다운 이별을 선택한 벤투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이뤄낸 것에 대해 고맙다. 그동안 한국을 이끌 수 있어서 매우 자랑스럽다”라며 “선수들은 나와 4년 4개월 동안 동고동락하면서 정말 훌륭한 실력을 보여줬다. 지금까지 같이 일했던 선수 가운데 최고였다”라고 전했다.
벤투 감독의 계약 종료로 이제 협회는 새로 국가대표팀을 이끌 지도자를 찾아야 한다. 벤투 감독의 의사는 이미 확인했던 만큼 대표팀 월드컵 일정이 마무리되면서 새 감독 선임 작업도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한 축구 관계자는 벤투 감독의 대안으로 최용수 강원 FC 감독과 김학범 전 U-23 대표팀 감독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