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 앞에서 사라진 프로
이대호날두 별명까지
학생시절부터 가르쳐야

한국프로야구에는 잊을만하면 도마 위에 오르는 이슈가 있다. 바로 선수들의 ‘사인 거부’이다. 이런 논란은 ‘국민타자’ 이승엽도 벗어나지 못했는데, 그는 과거 인터뷰를 통해 “사인을 너무 많이 해주면 희소성이 떨어져 잘 안 해준다”고 말해 야구팬들 사이에서 오래도록 회자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이승엽은 자신이 한 발언에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다. 2019년 퓨처스(2군) 선수들을 대상으로 펼친 강연에서 영상을 튼 후 머리를 감싸 쥐었는데, 그는 “정말 부끄러운 장면이다. 팬들이 소중하지 않을 수 없다. 프로선수라면 이런 것조차 안을 수 있는 자제력이 있어야 한다”고 퓨처스 선수들에게 조언했다.
야구의 날 행사에서
사인회 거부한 이대호
3년 전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야구의 날’을 맞이해 5개 구장에서 10개 구단 대표 선수들의 팬 사인회 행사를 열었다. 당시 경기 전 약 30분 동안만 진행되는 만큼 선착순 100명에게만 기회가 돌아갔다. 공평한 기회를 위해 번호표는 양팀에게 50장씩 할당됐는데, 롯데 자이언츠 팬들은 남은 10장을 끝내 가져가지 않은 것이다.
이런 결과를 빚은 이유는 롯데가 사인회 참석 선수 명단을 막내 선수로만 내놓았기 때문이다. 롯데는 ‘조선의 4번 타자’ 별명에 걸맞게 많은 팬덤을 보유한 이대호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KBO로부터 참석 요청을 받고도 이를 거부한 것. 특히 이대호는 프로야구선수협회장을 맡고 있었는데, 10개 구단이 공동 참가하는 팬 서비스를 노골적으로 거부하자 선수 권익만 중요하고 선수가 갖춰야 할 책임은 외면하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인 것이다.
선수 연봉에 포함
팬 서비스는 의무

최근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팬 서비스는 개선되고 있으나, 아직 더 발전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는 유독 서비스라는 개념이 ‘공짜’, ‘덤’ 의미가 강하다. 이에 선수들은 ‘사인을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와 같은 행위는 선수들의 연봉에 포함된 부분이기에, 팬 서비스는 프로선수에게 ‘의무’라 할 수 있다.
팬들이 더 이상 야구를 좋아하지 않고 선수를 찾지 않으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것은 단연 선수이다. 야구 입장권을 비롯해 유니폼, TV 및 스마트폰 시청(광고비, 중계권료) 등은 팬들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자기 돈을 들여 야구를 보러 오는 팬들에게 감사하면서도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사인 거절당한 기억
아쉬움보다 상처로

야구 선수를 꿈꾸던 한 명의 팬. 초등학교 시절 자신이 좋아하던 선수의 사인을 받으러 팬북을 내밀었다가 매몰차게 거절당한 상처를 가지고 있다. 어린 팬일수록 사인을 받지 못한 아쉬움보다는 무시당했다는 마음의 상처를 받기 쉽다. 이에 자신이 당한 일에 대해 “향후 프로에 입성하면 저 같은 아이가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팬 서비스를 열심히 하겠다”고 애써 상처를 감췄다.
그렇기 때문에 팬들에 대한 응대를 학교 야구부 시절부터 가르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동엽(삼성 라이온즈)은 2009년 청룡기 결승전에서 자신이 속한 천안 북일고가 패했다. 이후 어린 소년이 “팬이에요”라며 사인을 요청하자 외면하지 않고 사인볼과 사진을 함께 찍어줬다. 이런 모습은 아직 학생 선수임에도 프로선수로서 면모를 보여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