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골프대회 공동 8위
아들과 함께해 행복
프로골퍼 성장 가능성

지난 18일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리츠칼튼골프클럽에서 열린 PNC 챔피언십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가 이벤트성으로 개최한 ‘가족 골프 대회’로 우즈는 아들 찰리 우즈와 짝을 이뤄 출전했다.
그동안 우즈는 다리 부상과 족저근막염 등으로 대회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아들과 함께하는 대회에는 지난 2020년부터 3년 연속 출전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여기에 해를 거듭할수록 외형은 물론 행동을 똑 닮은 찰리의 골프 실력에 대해 이목을 끌었다.
나이와 성별에 따라
티잉 그라운드 달라

PNC 챔피언십은 메이저 대회 우승 경력이 있는 선수가 자녀 혹은 부모님, 장인 등 가족 중 한 명을 파트너로 삼아 출전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 같은 티박스를 이용하는 기존 골프 대회와는 달리 나이 및 성별에 따라 달라지는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
16~54세 사이의 남성은 전장 7126야드의 챔피언 티를 쓰고, 14~15세와 55~73세 및 여자프로선수는 전장 6576야드, 11~13세는 전장 6036야드, 73세 이상은 전장 5499야드에서 경기를 치른다. 이는 티셔츠 세상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옐로우티, 화이트티, 레드티, 블루티까지 총 4개이다. 이중 우즈 부자는 전장 6452야드를 뛰는 레드티를 입고 출전한 바 있다.


우즈 부자는 찰리의 나이가 한 살 더 늘어남에 따라 작년보다 500정도 늘어난 비거리로 부담감을 안게 됐는데, 우즈는 대회 전 인터뷰를 통해 “샷을 찰리가 다 하고, 나는 피터로 홀아웃만 하면 된다”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대회 개막 이틀 전 PNC 챔피언십 경기위원회는 우즈 부자가 작년과 동일한 비거리를 치게 된다고 발표한 것. 애초 경기위원회는 찰리가 전장 6754야드에서 경기를 치르는 화이트티에서 경기하도록 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수정해 이번 대회 역시 레드티를 입고 출전하게 된 것이다.
만약 찰리가 화이트티를 입고 경기를 하게 됐다면, 왕년의 장타왕 존 댈리와 여자프로골프 세계랭킹 2위인 넬리 코다 등과 같은 코스에서 겨뤄야 할 뻔했다.
지난해에는 준우승
이번엔 아쉬운 8위

우즈 부자는 2020 PNC챔피언십에 처음 출전해 20팀 중 공동 7위에 올랐고, 지난해에는 준우승을 차지해 ‘우즈’ 이름값을 했다. 이에 올해는 우승을 차지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득 안았는데, 우즈가 작년 2월 교통사고로 다리에 큰 부상을 입은 것과 족저근막염으로 거동이 불편한 것이 걸림돌이 됐다.

게다가 찰리 역시 대회 전 발목을 다치며 둘 다 성치 않은 다리를 이끌고 대회를 치러야 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그럼에도 우즈 부자는 불굴의 의지로 1라운드에서 공동 2위에 오르는 등 맹활약을 펼쳤는데, 마지막 라운드에서 기세를 이어가지 못해 최종합계 20언더파 124타로 공동 8위를 마크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우즈는 “찰리가 예상치 못한 부상을 당하며 최상의 컨디션은 아니었다. 그래도 매우 뛰어난 라운드를 펼쳤다”며 “부상 회복보다 아들과 경기에 나서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우리 모두 훌륭했다”고 웃으며 소감을 전했다. 찰리는 “아빠가 오늘 플레이를 매우 잘 했다. 라운드 내내 나를 리드해줬다”고 말했다.
그 아빠에 그 아들
생애 첫 4언더파

한편 찰리는 지난 9월에 펼쳐진 미국주니어골프 대회 노타 비게이 3세 주니어 내셔널 챔피언십에서 생애 최소타 기록을 세워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최종 라운드에서 4언더파 68타를 치며 공식 대회에서 적어낸 ‘라이프 베스트 스코어’를 기록한 것이다.
무엇보다 전반에 버디 2개와 보기 1개로 1타를 줄인 것에 이어 후반에는 이글과 버디 2개 보기 1개를 묶어 3타를 줄이는 기염을 토했다. 14번 홀 이글은 앨버트로스가 될 뻔했는데, 1라운드에서 8오버파 80타로 다소 부진한 성적으로 공동 4위에 그쳤다. 이에 찰리는 “평소 아빠가 참을성을 가지라고 조연했다. 기복 없는 경기를 하려고 노력했다”고 아쉬운 소감을 전했다.

하지만 타이거 우즈가 전설적인 스포츠 스타인 만큼, 그 그늘에서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다른 10대 선수들보다 비교적 좋은 환경에서 골프를 입문했기에, 사람들이 스타의 2세에게 갖는 기대감은 더욱 크게 다가올 수 있다.
실제 아버지를 뛰어넘는 스타 2세는 손에 꼽는데, 우즈는 아들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잘 모르겠다. 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경쟁하고 플레이하기를 원하는데, 찰리는 어떨지 모르겠다. 그건 아이에게 달렸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