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패배 적중한 박지성
모리야스 감독의 명장놀이
기회가 비극이 될까

일본이 카타르 알리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E조 조별리그 2차전 코스타리카와의 경기에서 0-1로 패했다. 일본은 지난 1차전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 독일을 2-1로 꺾는 대이변을 썼던 만큼, 이번 경기 역시 일본이 가볍게 코스타리카를 누르고 16강에 진출할 것이라 외신들은 전망했었다.
하지만 한 경기만으로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진 것. 이날 일본의 답답한 경기가 이어진 가운데 코스타리카는 유일한 유효 슈팅이 득점으로 이어져 다시 한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에 SBS 해설위원으로 활약 중인 박지성이 일본의 선발 라인업을 확인하자마자 일본의 패배를 예측한 것이 주목받고 있다.
일본 승리 점쳤던 박지성
마음을 바꾼 결정적 이유

박지성은 코스타리카와 일본의 E조 2차전은 축구 전문가 상당수와 마찬가지로 일본 승리를 내다봤다. 그런데 경기 직전 돌연 마음을 바꿔 “코스타리카가 일본과 비기거나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일본 축구 대표팀의 명단이 큰 영향을 끼쳤는데,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감독이 독일전 때와 달리 11명 중 5명의 선수를 새롭게 출전시킨 것 때문이다.


실제 일본은 독일전에 출전했던 선발 멤버 중 골키퍼를 제외하고 5명을 교체했는데, 당시 허벅지 부상을 입은 사카이 히로키를 제외하더라도 4명을 동시에 교체한 건 모리야스 감독의 전략적 변화였다. 이와 같은 라인업 변화에 대해 박지성 해설위원은 “출번 멤버를 보고는 예상이 바뀌었다. 이런 상황이 쉽지는 않다”고 대거 교체된 명단 라인업을 지적했다.
이어 이승우(수원FC) 해설위원 역시 “출전 선수 변화가 많을 경우 선수들도 혼란스러울 수 있다. 무엇보다 갑작스러운 멤버 교체는 대회에서 큰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결국 모리야스 감독의 전략적 변화는 잦은 패스 연결 실수로 이어졌고 결국 일본이 참패한 원인이 됐다.
일본 언론과 축구 팬들은
선수 기용에 의문점 제기

일본 언론을 비롯한 축구 팬들도 이를 지적했다. 무엇보다 스페인에 7-0으로 대패했던 코스타리카에 패한 것에 믿기 힘든 분위기인데, 모리야스 감독이 오히려 당당한 태도를 일관하자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경기가 끝난 후 모리야스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라인업을 바꾼 것에 대해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기 때문이다.
이어 “결과가 잘 나오지 않아 라인업이 문제라고 보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두 이길 확률을 올리기 위한 선택일 뿐”이다며 “비록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이런 시도는 모두 일본이 이기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일본 축구 팬들은 포털사이트를 통해 “모리야스 감독의 이번 경기 선발은 도쿄올림픽에서 실패한 것과 비슷하다. 그때 교훈을 살렸으면 이런 실수는 하지 않았다”, “이번 경기 패배는 모리야스 감독의 책임이 크다”, “지금이라도 당장 경질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일본의 이런 반응은 단순히 코스타리카전 선발을 대폭 교체한 것뿐 아니라 모리야스 감독의 선수 기용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모리야스 감독은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한 가마다 다이치를 연이어 풀타임으로 출전시켰는데, 최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브라이튼에서 엄청난 활약을 보여준 미토마 가오루를 선발에 기용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브라이튼도 전반전이 끝나도록 모리야스 감독이 미토나를 투입하지 않자 공식 SNS에 “미토마를 빨리 투입해야 한다”고 쓰기도 했다. 미국 매체 ‘ESPN’ 역시 “일본에서 가장 활동적인 미토마는 경기 시작 후 한 시간 뒤에야 출전했다. 코스타리카전에서 유일하게 상대를 위협할 수 있는 선수는 미토마였으나, 일본은 그렇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독일전 승리 후 자신감
오히려 독이 됐다

한편 코스타리카전이 있기 앞서 일본은 이미 16강 진출을 넘어 8강 상대를 내다보고 있었다. 이와 같은 분위기 속 한 축구 전문가가 자신감에 찬 일본에 찬물을 끼얹었는데, “독일전 승리에 대한 기쁨이 계속되고 있지만, 일본 대표팀의 목표는 8강 이상이다”며 “도하의 기적을 보면 애틀랜타 올림픽 때의 트라우마가 되살아난다”고 말했다.
그가 이렇게 말한 이유는 일본이 1996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2승 1패를 하고도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던 아픔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세계축구 최강인 브라질을 1-0으로 꺾어 ‘마이애미의 기적’ 이라 불리는 이변을 연출했으나, 최종 득실차에 밀린 바 있다. 이에 그는 “월드컵 무대에서 독일, 스페인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어 행복하다. 하지만 우선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것.

결국 코스타리카전에서 패한 일본은 두 번의 기적이 비극으로 변하는 위기에 처했다. 다음달 2일에 있을 독일과 코스타리카 그리고 스페인과 일본의 조별리그 최종 3차전이 펼쳐지는 가운데 과연 일본의 소망대로 16강 진출 후 8강까지 오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