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경기 만으로 명장 입증
위약금 문제로 한국행 불발
남은 경기도 새 역사쓸까
지난 22일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월드컵 역사상 최대 이변이 발생했다. 바로 리오넬 메시(파리 생제르맹)를 앞세운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가 C조 조별리그 1차전부터 무너진 것이다. 아르헨티나에 패배를 안긴 것은 다름 아닌 ‘FIFA 랭킹 51위’ 사우디아라비아인데, 이들은 이번 월드컵 본선에 나선 32개국 가운데 두 번째로 낮은 순위의 팀으로 알려져 더 놀라게 했다.
무엇보다 아르헨티나는 랭킹 3위의 면모를 뽐내며 월드컵 개막전 A매치 36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보였던 만큼, 아르헨티나가 가볍게 승점 3점을 챙길 것이라고 모두가 예상했다. 이와 같은 분위기는 전반 10분 메시가 페널티킥을 성공할 때 까지만 해도 이어져 왔는데,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는 후반에만 2골을 몰아쳐 역사적인 이변을 만들었다.

이를 본 축구 해설가 크리스 서턴은 자신의 SNS를 통해 “월드컵 역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순간 중 하나다”고 말했다. 메시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첫 희생양이 된 것에 여전히 네티즌들은 충격을 금치 못하고 있는데, 모두가 불가능 할 것이라 말한 시나리오를 가능하게 만든 사우디아라비아의 ‘에르베 르나르’ 감독이 한국 지휘봉을 잡을 뻔했던 사실이 재조명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은 왜 르나르 감독을 놓칠 수밖에 없었는지 알아보자.
주목받지 못한 현역시절
일찌감치 지도자로 전향

르나르 감독은 지도자의 길을 걷기 전 수비수로서 현역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선수로 활동하는 기간 동안 큰 주목을 받지 못하자, 30세 나이에 현역을 은퇴해 이듬해부터 지도자의 길에 본격적으로 발을 내디뎠다. 프랑스를 시작으로 잉글랜드, 베트남 등에서 경력을 쌓았으나 이렇다 할 성과는 내지 못했다.

그런 르나르 감독에게 찾아온 인생의 전환점은 ‘기회의 땅’ 아프리카였다. 2008년 잠비아 대표팀의 지휘봉을 도맡아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는데, 2012년에 앙골라를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우승을 견인하기도 했다. 2016년 모로코 대표팀에 부임된 그는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모로코 역사상 첫 월드컵 본선 무대로 이끌어 명장 반열에 오르게 됐다.

사우디아라비아 감독이 된 후에는 더욱 뛰어난 지도력을 뽐냈는데, 1994 미국 월드컵 16강 이후 부진한 성적을 이어왔던 사우디아라비아를 본선에 진출시킨 것이다. 르나르 감독이 이번 대회 전까지 사우디아라비아를 이끄는 32경기 11승 5패를 기록한 것에 이어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에서 7승 2무 1패로 1위를 차지하며 카타르행 티켓을 따냈다.
한국과 평가전에서
모두 승리했던 르나르

르나르 감독이 여러 대표팀에서 눈부신 활약을 보인 것에 대해 한국 역시 깊은 관심을 보인 바 있다. 실제 대한축구협회는 러시아 월드컵 이후 차기 감독을 물색하던 중 유럽과 아프리카에서 대부분의 경력을 보낸 르나르 감독을 후보로 선정했는데, 그는 2010년과 2017년 한국과 두 차례 평가전에서 모두 승리한 전적으로 인연을 맺었다.

당시 르나르 감독 역시 한국 대표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며, 기술위원장 면접까지 진행됐다. 그러나 모로코축구협회와 계약이 남아 위약금 등 여러 문제가 겹치며 결국 한국행이 무산된 것이다. 이후 르나르 감독은 2019 네이션스컵에서 16강 탈락 후 자진 사퇴했고, 같은 해 사우디아라비아 대표팀을 지휘봉을 맡게 됐다.
멕시코까지 잡으면
2경기로 16강 확정

한편 아르헨티나의 코를 납작하게 만든 르나르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오늘 별들이 줄을 지어 섰다. 아르헨티나는 36경기 무패 행진을 한 환성적인 팀이다. 그들은 화려한 스쿼드를 보유한 코파 아메리카 챔피언이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때로는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 게 축구다. 축구에서는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경기에서 부족한 점을 꼬집었는데, “전반에는 전술적으로 좋지 못했다. 콤팩트하게 상대 팀을 차단했지만, 센터백과 미드필더 레안드로 파레데스에 대한 압박이 충분하지 않았다”며 “아르헨티나에 두 번째 골을 내줬다면 경기는 끝났을 것”이라고 경기 내용을 되짚었다. 또한 “아직 두 경기가 남았다. 우리는 더 앞을 내다봐야 한다”고 향후 폴란드와 멕시코와의 대결에 대한 각오를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6일 폴란드와 2차전을 치르게 되는데 이 경기에서 이길 경우 2경기 만에 16강행을 확정 짓게 된다. 과연 카타르 월드컵에서 대이변을 쓴 르나르 감독이 이후 경기에서도 또다시 모두를 놀라게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