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포함 유럽 팀
차별 반대 ‘원 러브’ 완장
FIFA 규정 어긋나도 강행

카타르와 에콰도르의 조별리그 A조 1차전 개막전을 시작으로 시작을 알린 2022 카타르 월드컵, 두 번째 경기로 B조 조별리그 1차전으로 잉글랜드와 이란의 경기가 펼쳐진다.
잉글랜드, 이란, 미국, 웨일스가 속한 B조는 이번 월드컵에서 다른 의미의 죽음의 조로 꼽히고 있다. 다른 조들과는 다르게 잉글랜드가 1강으로 꼽히고 나머지 3개국들의 전력이 비슷해 1강 3중 구도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란의 피파랭킹은 20위, 미국은 16위, 웨일스는 19위로 전력 차가 그렇게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56년 만에 우승 노리는
축구 종가 잉글랜드

‘축구 종가’라고 불리는 유럽의 전통 강호 잉글랜드가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56년 만에 우승을 노린다. 월드컵 예선에서는 10경기 8승 2무의 압도적인 성적으로 본선 진출에 성공한 잉글랜드는 B조에 다소 다크호스 팀들과 한 조에 속해 있다. 팀 간의 전력 차가 크지 않아 언제 어디서 변수가 발생할지 모르는 죽음의 조에 속해 있기 때문에 잉글랜드도 방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잉글랜드는 매 대회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호화스러운 스쿼드를 겸비해 우승 후보로 꼽혔지만, 예선에 비해 국제 대회 같은 메이저 대회에서 다소 성적이 좋지 못했다. 1966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우승한 이후 단 한 번의 우승도 없었고 지난 월드컵까지 4강 진출도 두 번에 불과했다. 이번 대회 몸값 총액 1위에 달할 만큼 초호화 스쿼드를 지녔기에 충분히 좋은 성적을 기대해볼 수 있다.
이란과의 첫 경기
‘무릎 꿇기’ 퍼포먼스

이란과 조별리그 1차전으로 월드컵을 시작하는 잉글랜드가 경기 전 ‘무릎 꿇기’ 퍼포먼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잉글랜드 대표팀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도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회 기간 이 퍼포먼스를 경기 시작 전 펼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선수들은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뜻에서 경기 전 무릎을 꿇는 퍼포먼스를 펼쳐왔다.
그러나 축구계의 인종차별이 근절되지 않는 데다 퍼포먼스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며 일부 경기에서만 하는 쪽으로 축소됐다. 지난 8월, EPL 사무국은 시즌 개막전, 인종차별 반대 캠페인 라운드, 박싱데이 등에만 ‘무릎 꿇기’ 퍼포먼스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물론 EPL에서 특정한 경기, 큰 경기에서만 이 퍼포먼스를 하기로 한 점도 인지하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이번 월드컵이 가장 큰 행사”라고 말했다.
전 세계인의 축제
차별 반대 캠페인

잉글랜드가 이러한 퍼포먼스를 꺼낸 것은 월드컵 개최국 카타르와 관련해 최근 불거진 이주 노동자, 성 소수자 인권 탄압 논란과 관련이 있다. 실제로 카타르에서는 이번 월드컵 개최를 위해 최고 기온이 45도까지 치솟는 불볕더위 속에서 많은 노동자가 10시간 넘게 일하면서 휴식 시간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해 수천 명이 사망했다.
영국 매체에 따르면 2010년 월드컵 유치가 확정된 이후 카타르에 온 이주 노동자 가운데 6,750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인권 단체는 “노동법이 이주 노동자에게는 제대로 적용되지 않은 탓에 사망 사고가 은폐되고 있고 인권과 노동권을 피부색이나 국적에 따라 차별 보장해서는 안 된다”라며 “월드컵이 진정 지구촌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노동자 죽음에 대한 침묵을 깨야 한다”고 역설했다.
잉글랜드 주장 케인
‘원 러브 캠페인’ 완장 착용


잉글랜드의 차별 관련 퍼포먼스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잉글랜드 대표팀의 주장 해리 케인은 각종 차별에 반대하는 취지에서 ‘원 러브’ 캠페인 완장을 착용한다. 원 러브 완장은 무지개색으로 채워진 하트에 숫자 ‘1’이 적혀 각종 차별에 반대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 캠페인은 네덜란드가 유로 2020 대회에 앞서 차별에 반대하고 다양성과 포용을 촉진하기 위해 시작했다.
케인은 “하나의 팀, 선수단, 조직으로서 이 완장을 차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겠다”며 “잉글랜드축구협회가 FIFA와 이 문제로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 내일 이란과 경기 전까지는 FIFA가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잉글랜드 외에도 네덜란드, 벨기에, 덴마크, 프랑스, 독일, 스위스, 웨일스 대표팀의 주장들이 완장을 착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벌금 물더라도 하겠다”
폴란드도 특별 완장


좋은 취지와 의미의 주장 완장이지만 FIFA가 주관하는 월드컵에서는 규정상 찰 수 없게 되어있다. FIFA는 선수가 사용하는 장비에 정치적, 종교적 의미를 내포한 문구나 이미지가 담겨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잉글랜드 측은 FIFA가 이런 규정 등에 따라 벌금을 물리더라도 이 완장 착용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런데 FIFA는 돌연 사회적 의미를 담은 자체 완장을 내놨다. 차별 반대를 의미하는 완장은 단계별로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케인을 비롯해 독일 주장 노이어 등은 갑자기 발표한 새 완장보다는 기존 ‘원 러브’ 완장을 차고 경기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폴란드 주장 레반도프스키는 이번 월드컵에 우크라이나 완장을 차고 경기에 나선다. 러시아에 공격당해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연대하는 의미다. 지난 9월, 우크라이나 전설 세브첸코에게 우크라이나 완장을 건네받은 바 있다.